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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규환 전 위원장(영등포구환경정책위, 약학박사) |
환경이란 일상생활에서 포괄적으로 사용하는 단어로서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사물과 그 상태를 의미한다. 좁은 뜻으로는 가까운 우리 주변을 말하지만 넓은 뜻으로는 지구 전체를 뜻하고 있다. 또한 환경은 생물이 살아가는 공간인 서식처로서 서로 간에 각종 영향을 주고받는 생활권을 말한다.
이러한 환경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생태학이라는 환경과학 분야 학문의 지식이 필요하다. 생태학이란 원래는 집 또는 가정을 의미하는 것으로 사용되었으나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생물과 주위 실정과의 관계를 연구하는 과학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하나의 생명체가 어떻게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가와 생물 개체가 모인 개체군 그리고 개체군집이 어떻게 생활하고 발전과 진화하는지에 대해 연구한다.
더 나아가 같은 종(種)과 다른 종 간의 관계 등 생물체 집단에 관계된다. 그리고 생물체 집단을 둘러싸고 있는 물과 공기, 토양 등 비생물적 조건과의 관계를 규명하는 학문이다. 생태계 내에서는 동식물, 미생물이 서로 군락(群落)을 이루면서 상호 간의 영양분인 에너지 흐름이 이루어진다. 즉 비생물적 환경 속에서 녹색식물, 곤충류 그리고 이를 잡아먹는 소형, 대형의 섭식자(攝食者)인 동물의 출현 등 생태계의 균형적인 순서로서 최종적으로 고등동물에 이르게 된다. 우리나라만 해도 약 4,300종의 식물과 3,800여 종의 동물이 서식하며 안정된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이와 같이 인간 생활과 직결돼 있는 생태계가 국가발전과 국민 생활의 편익이라는 욕망 때문에 점차 파괴되고 있다. 인간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 생태계라면 깊은 바다를 제외하고는 찾아보기 힘들다. 간혹 자연적으로 파괴되는 경우도 있지만 인간에 의한 파괴에 비하면 극히 드문 편이다. 또한 인간에 의한 파괴는 최소한 반영구적 내지는 복원이 불가능한 수준에 이른다. 원 상태로 복원한다면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걸리게 된다.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
이러한 생태계 파괴의 직접적 원인은 무엇보다도 지구온난화에 있다. 극단적인 지상 온도와 바다 수온의 상승은 우리 인간은 물론 생물에 큰 피해를 준다. 비생물적인 자연 인자인 대기로의 탄소배출 증가 때문이건만 탄소배출에 너무 무관심이다.
수온 상승에 따라 우리 해안의 명태가 사라진 지 이미 오래되었고 흑산도에서 잡히던 홍어가 이제는 서천 앞바다에서 잡히고 있다. 제주도 근해 산호초 군락은 폐사돼 백화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기온상승으로 인해 대구사과가 강원도에서 생산되는 등 일종의 생태계 천이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또한 산업시설 확장과 도시택지 조성 및 도로망 확장에 의한 환경과 생태계 파괴도 있다. 이에 따른 자연의 산림과 늪지 등의 소실과 파괴는 그 곳에서 서식하는 생물들의 보금자리를 빼앗는 것이다. 이로 인한 멸종 내지는 다른 곳으로의 이동현상이 일어난다. 실제로 희귀종인 두꺼비와 맹꽁이가 도로에서 ‘로드 킬’을 당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와 함께 산업장에서 배출되는 독성폐기물로 인해 생명체가 사멸되기도 한다. 특히 육상폐기물은 최종적으로 바다로 흘러들기 때문에 습지와 해양생태계가 파괴되는 것이다. 장마철이나 선박에서의 기름 유출은 멀리 있는 바다 생태계까지 위협적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국가정책에 있다고 하겠다. 국가정책은 너무나 중요하기에 100년을 내다보고 계획을 세운다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깝다. 즉 외래종의 수입문제라 하겠다. 애완용 곤충과 동물을 들여왔건만 사육 중에 싫증이 나서 버리거나 부주의로 탈출할 경우가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여가선용이라 해 배스 등 담수어종과 단백질 보급용이라 해 황소개구리 등의 수입으로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 천만다행으로 황소개구리는 퇴치해 담수어종 보호와 토종개구리의 서식에는 거의 지장이 없게 됐다. 이제 생태계 파괴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동식물의 불법적이고 무분별한 채취와 남획이다. 개인 욕심과 상술로 인해 도서지방의 풍란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파충류와 양서류의 수난
특히 안타까운 것은 파충류와 양서류의 수난이다.
11월에 접어들면 동식물은 겨울잠에 접어들 준비를 한다. 동물 중에는 충분한 영양분을 채운 다음 추위를 피해 땅속 또는 바위틈과 굴속으로 겨울잠에 들어가는 종이 있다. 그중 하나가 파충류(爬蟲類)의 뱀이다. 뱀은 예부터 땅꾼이라 해, 겨울잠에 들어가는 시기에 맞춰 뱀의 습성에 따라 숨어드는 장소에 그물을 펼쳐 포획한다. 60년대 말까지만 해도 동대문과 서울운동장 사이에서 공개적으로 뱀을 전시, 판매했다. 또한 경기도 양평의 중심가와 용문산 근처에서 뱀탕과 뱀술(蛇酒)이 정력과 미용에 좋다 해 관광객의 인기를 끌기도 했다. 뱀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보호를 위해 신경독을 내뿜는다. 그리고 다리가 없어 근육으로 행동하는 동물이다. 생태계에서 중요한 포식자로서 상호작용을 하며 생태계 균형을 유지하는 먹이사슬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양서류(兩棲類)인 개구리는 계절적으로 경칩까지 긴 겨울잠에 들어간다. 단백질이 풍부한 보양식이라 해 수난을 당했다. 사실 개구리는 60년대까지만 해도 강원도 춘천시의 명동중앙시장의 닭갈비 식당에서 뜨겁게 달궈진 철판 위에 닭갈비와 함께 자주 등장하기도 했다. 혹시 지금도 산골짝 습지의 돌 밑 개구리를 탐하는 사람이 있을 법한 느낌이 든다. 개구리는 파충류인 뱀과 함께 환경 변화의 지표종으로 알려지고 있다. 개구리의 피부는 오염과 기후변화에 민감하기 때문에 개체수의 감소는 환경오염이 심각함을 의심케 한다. 또한 개구리는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해충 등 곤충을 잡아먹으며 생태계에서 포식자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뱀과 새, 큰 물고기 등 한 단계 위의 먹이가 돼 생태계 먹이사슬의 중간체로서 역할을 한다.
이제 현대사회에 사는 우리는 과거의 부정한 습관에서 벗어나 생태계의 정상에 선 인간이기에 생태계 보호에 전념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