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에 봄꽃이 피기 시작하면서 마음이 한결 가볍고 활력이 넘치는 기분이다. 옛날에는 시골 어머니들은 옷장 속 깊이 넣어두었던 여름옷을 찾아내 새봄을 맞았다.
금년 3월은 조그마한 온정의 기쁜 소식이 전해져 추운 날씨도 비껴간 것 같다. 지난 3월 5일 자 신문 기사 내용이 떠오른다. 2월 24일 세종시 자원순환과 환경관리원들의 혹한 속 미담이다.
60대의 여성이 아들의 병원비로 사용하려고 옷장 속에 옷을 두듯이 모은 2600만 원의 현금을 깜박 잊고 생활쓰레기 자동집하시설에 버렸다. 이 소식을 접한 환경관리원들은 자식의 귀한 생명을 구할 아주 소중한 거액을 찾기 위해 무려 8시간에 걸친 노력 봉사를 했다. 생활쓰레기는 자동집하시설위탁집하장으로 운송되면 곧바로 연료화 시설에서 소각처리하게 된다. 때문에 환경관리원들은 컨테이너에 가득 채운 24톤 정도의 압축 쓰레기 더미를 넓은 장소로 옮겨 펼쳐 놓고 세세히 뒤진 끝에 버렸던 현금 중 일부를 찾아 분실자에게 돌려줬다는 기쁜 소식이다. 정말로 따뜻한 봄날 같은 사회의 한 장면이다.
여기에 연루되어 생활쓰레기 문제가 떠오른다. 동서양은 물론이고 옛날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현실이다. 로만 쾨스터의 저서 ‘쓰레기의 세계사’의 내용 중에는 인구 증가에 따라 도시가 형성되고 인간 활동으로 인해 생활쓰레기가 발생한다. 따라서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처리장이 생기게 된다.
과거 세계 쓰레기의 처리
깊이 파인 계곡이나 하천과 강, 바다에 버려지면 자연히 처리장이 된다. 그리고 1960년대에는 쓰레기 처리가 세계적 도전의 과제로 떠올랐다. 당시에도 쓰레기 처리의 어려움으로 많은 지역에서 처리시설의 부족에 처하게 됐다. 재활용과 퇴비화로 처리하기도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이에 쓰레기가 모여지는 곳에 매립(埋立)하게 되고 규모가 커짐에 따라 도시 근처에도 쌓이게 되었다. 한편 미국의 경우 생활쓰레기는 부유한 지역에서 가난한 지역으로, 그리고 오염이 심하지 않은 지역에서 심한 지역으로 이동하게 됐다. 이로 인해 차별화에 따른 분열이 일어나게 됐다.
이에 앞서 1960년대부터 이미 새로운 방법인 소각(燒却)처리가 매립 처리와의 경쟁을 벌이게 됐다. 소각 처리는 매립 방법과 달리 많은 토지가 필요치 않고 도시 주변에 건설할 수도 있다. 그리고 수송차량의 시간을 줄일 수도 있다. 또한 쓰레기의 부피가 감소하고 재만 매립하기 때문에 고려 가치가 있다고 여겼다. 그렇지만 소각시설은 비용이 부담되어 ‘쓰레기는 사치’라는 말도 유행했다. 또한 세상에서 우리가 누구인지를 알려면 ‘무엇을 어떻게 버리는지’를 보면 알 수 있으며 생각보다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도 쓰레기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장마철에는 상류에서부터 홍수에 휩쓸려 떠내려오는 쓰레기로 서울의 상수원인 대청호 등을 뒤덮기도 했다. 또한 쓰레기 처리하는데 비용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인근 야산에 불법적으로 무단투기가 행해지기도 했다. 이로 인해 산 소유자는 영문도 모르고 불법 쓰레기 투기자로 지목되어 벌금 등 법적 책임을 지기도 한다.
인간 생활에서는 예나 지금이나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생활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발생 자체를 줄여야 한다. 불가피하게 발생한 쓰레기는 최대한 순환 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1942년 미국의 프로야구팀 다저스는 5kg의 고철(古鉄)을 가져오는 팬들에게는 무료입장권을 배부했다. 이는 전쟁 중 필요한 고철 회수에 자발적으로 참여한 운동 중 하나였다고 했다.
이제 우리 정부는 생활쓰레기 감량화 정책으로 자원의 재순환 이용의 체제 확립에 주력해야 한다. 생활용품의 생산자가 제품의 생산단계에서 쓰레기 발생을 줄이고 재활용이 용이한 재질과 구조로 개선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사용 후 폐기된 제품은 최대한 재활용토록 해야 한다.
서울 생활쓰레기 문제
서울의 생활쓰레기 처리 현황을 보면 주로 매립에 의존해 왔다. 그러나 서울과 인천, 경기지역은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 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시는 우선적으로 마포를 비롯한 노원과 양천, 강남의 쓰레기 소각장에서 1일 평균 2200톤을 소각하고 있다. 소각 하지 못 한 1000여 톤의 쓰레기는 인천 수도권매립지에서 매립 처리하고 있다.
2021년 개정된 쓰레기 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라 서울과 인천, 경기지방의 생활쓰레기는 2026년 1월 1일부터 소각하지 않고 직접 매립을 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재활용하거나 소각 후 남은 재만을 매립지에 매립해야 한다. 기타 지역은 2030년부터 직접 매립이 금지된다. 현재도 생활쓰레기의 부피를 줄여 일부 매립해 왔으나 매립지 확보의 어려움이 따른다.
서울시는 2023년 8월 24일 제19차 광역자원회수시설 입지 선정위원회를 개최하고 현재의 마포구의 상암동 자원회수시설 부지 옆에 2100㎡를 신규 소각장 시설을 발표했다. 하루 평균 900톤을 소각 처리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마포구민의 거센 반발로 차질을 빚고 있다. 지난 3월 5일 마포구민은 소각장 건설에 반대하는 3만 8000여 명의 구민 서명 진정서를 서울고등법원과 서울시청에 제출했다. 생활쓰레기 소각장 입지 결정고시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법원이 서울시 패소를 선고했다. 이는 서울시의 위원회 구성 등에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에 직면해 서울시는 환경부의 쓰레기 직접 매립금지 조치를 4년간 유예해 줄 것을 요청할 예정이다.
하지만 현재 인천지역에 위치한 수도권매립지는 공동 사용 중인 경기, 인천과의 이해관계를 풀어야 할 숙제가 남아 있다. 경기도와 인천시도 새로운 소각장을 확장하지 못한 상태다. 여기에 더해 인천시는 2025년 10월까지 쓰레기매립지 사용 종료를 공약사업으로 내놓은 상태다. 민간 소각장을 이용한다고 하더라도 예산상 어려움이 따른다.
시민 생활에 직접 피부에 와 닿는 생활쓰레기처리 문제는 오래전부터 해결책을 내놓았어야 했다. 정부 차원의 환경부와 지방자치단체와의 긴밀한 관계를 갖고 협의해야만 했다. 서울시는 소각장 신설 해당 지역의 주민과 긴밀한 유대와 함께 충분한 보상을 해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