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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규환 약학박사 / 연세대 보건과학대학장(전) |
유엔환경계획(UNEP)은 지구상의 생물종을 약 3000만 종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인구 증가와 동식물의 남획과 개발에 따른 자연 서식지 파괴로 매년 2만 5000여 종의 생물이 멸종돼 가고 있다. 따라서 생물자원의 감소뿐만 아니라 먹이사슬이 단절돼 생태계 파괴가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금년은 우리나라가 1995년 1월 1일 생물다양성협약이 발표된 지 30년이 되는 해이기에 더욱 의미가 크다.
최근 들어 의학 기술이 발달하고 문화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노년층이 더욱 두터워지고 있다. 한편으로는 세대 갈등에 따라 핵가족이 늘어나고 있어 가정이라는 분위기가 점점 사라지는 느낌이다. 이런 사회적인 현상은 반려 개와 고양이를 키우는 가정을 급격하게 늘어나게 하는데 기여했다. 2024년 정부의 발표에 의하면 등록된 반려동물의 수는 약 549만 마리에 이른다고 한다. 그러나 키우다 보면 노인의 몸이 불편해지기도 하고 반려하기에 경제적 부담이 되는 경우도 있어 간혹 새 주인을 찾아가라는 눈물겨운 현실도 일어난다.
한편, 주변 어린이공원 등 놀이터에 어린이는 물론 노인들의 외로운 모습이 눈에 띈다. 주변에는 주인 없는 까치와 집비둘기가 친근감으로 이들을 위로하는 듯하다.
까치 날다
까치는 인지기능이 높아 이른 봄부터 공원 주변의 나무에 집 지을 재료를 물고 와 견고하게 집을 짓는다. 그런데 공원 정비를 위해 전지작업을 한 후 삶터를 잃었다. 까치는 옛집에는 살지 않고 오직 명당 터와 같이 그 나무에 2층, 3층으로 집을 짓는다. 우리 인간의 아파트와도 같다. 집터를 잃은 까치는 주변의 고압전류가 흐르는 전신주 변압기에 집을 짓기에 위험이 따른다. 까치는 예부터 동화에서도 자주 나오는 반가운 새로 사랑을 받았다.
특히 ‘까치설날’의 동화는 일제강점기에 나온 동요라는 설(說)도 있다. 까치가 아침에 짖어대면 반가운 소식과 함께 귀한 손님이 온다고 여겼다. 날아다니는 모양새가 요란스럽지도 않고 마치 종이비행기를 띄우듯이 사뿐히 날기에 조용하고 차분한 느낌이 든다. 까치는 2018년 동계올림픽의 마스코트로 선정했으나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반대로 무산돼 아쉬움이 남는다. 1964년 국제조류협회에서 까치를 한국 대표 국조(國鳥)로 선정하려 했으나 이 또한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까치는 울릉도를 제외하고 전국적으로 서식하고 있다. 특히 제주도는 바람이 너무 강해 까치 서식에 부적합했으나 여러 번의 시행 끝에 1989년 53마리를 방사에 성공했다. 까치는 봄과 여름에 농작물의 해충을 잡아먹어 긍정적인 면이 있다. 한편으로는 농가의 딸기와 참외, 감귤 등에 피해를 주기에 집비둘기와 함께 유해 조류로 분류한다.
집비둘기 걷다
비둘기는 오래전부터 길조(吉鳥)로 보호해 왔다. 외국에서는 전서구(傳書鳩)라 해 전쟁터와 가정에서도 긴요하게 여겨왔다. 또한 평화의 상징으로서 우리나라에서도 큰 행사 때에는 수많은 집비둘기를 날려 환호하기도 했다. 전 세계적으로 280여 종의 비둘기 중 집비둘기는 도심과 공원 등 다양한 지역에서 서식하면서 인간에 적응해 왔다.
사람들이 자주 모이는 곳에 무리지어 모여든다. 이른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남녀노소의 휴식공간에 있다가 밤이 되면 어김없이 귀소본능(歸巢本能)의 보금자리를 찾아간다. 빨간 눈과 두 발로 뒤뚱거리는 오리걸음이 호감을 갖게 한다. 또한 영리하고 길들이기가 쉬워 오히려 반려새로 적합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집비둘기는 2009년부터 유해 조류로 지정돼 지방자치의 허가를 받아 포획할 수 있도록 했으나 별로 호응되지는 않고 있다.
집비둘기는 가정과 아파트의 베란다와 지붕 및 건물 난간과 심지어는 냉방용 실외기 등에도 서식하기 때문에 정서적으로 혐오감을 준다. 그리고 날아다닐 때 깃털과 비늘 등으로 인한 비위생적이고 건강 피해가 발생한다. 또한 비둘기 배설물은 강한 산성이기에 시멘트와 콘크리트 건물, 구조물 등을 부식시켜 경제적 피해도 크다.
이러한 사유로 많은 민원이 제기돼 서울시는 올해 7월부터 한강공원 및 광화문광장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특정 지역에서 까치와 함께 집비둘기에게 먹이를 줄 경우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노인과 어린이의 친구를 잃게 하는것과 같다. 또한 특정이라는 표현이 애매모호하다. 날아다니는 새가 어느 한 곳에서 서식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 생활 주변에서는 항상 유익한 조건만 있는 것이 아니다.
까치와 집비둘기도 생태계의 구성원으로서 필요한 존재다. 까치와 집비둘기를 유해 조류로 분류한다면 우리 주변의 익조(益鳥)는 아마도 각 가정에서 키우는 새장 안의 잉꼬나 앵무새 밖에는 없을 것이다. 까치와 집비둘기의 번식력과는 별로 관계가 없는 먹이 주기는 다시 고려해야 할 것이다. 국민의 여론과 구체적인 행동 지침도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