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등포 원조맥주축제에 거는 기대
  • 환경보건칼럼 - 나규환 약학박사/연세대 보건과학대학장(전)
  • 나규환 약학박사연세대 보건과학대학장전
    나규환 약학박사/연세대 보건과학대학장(전)
    기록적인 무더위가 지속되면서 짜증을 내며 외출에 경고를 받고 있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잠시 바깥출입만 해도 땀범벅이 되기 일쑤다. 이런 경우에는 무엇보다도 물 보충이 건강 유지의 가장 기본이다. 그렇다고 무한정 찬물만을 마시는 것이 능사만은 아니다. 해 질 무렵이면 집 근처의 생맥줏집이 동네 어른들을 유혹하는 듯하다.
    500㎖의 하얀 거품의 생맥주 한 잔은 같은 양의 냉수보다도 더욱 시원한 느낌이 든다. 마시는 속도가 빨라져 갈증을 풀어준다. 생맥주는 병맥주, 캔맥주처럼 같은 양의 알코올 성분이 들어있는 물 음료와 같다. 따라서 우리의 입맛에는 4~8도의 차가운 것이 마시기에 적격이다. 생맥주는 무더운 여름이든 혹한의 겨울이든 가격이 비싸지 않아 많은 성인들로부터 환영을 받는다. 필자도 애주가로 친다면 두세 잔 정도는 마시는 편이다.
    같은 동네의 70대의 ‘두꺼비하우스 호프집’ 사장은 미리 알고 항상 첫 잔을 비우면 그 잔에 다시 채워준다. 단골손님들도 습관적으로 자기 잔을 이용한다. 주인뿐만 아니라 손님들은 환경문제에 지식과 관심이 많은 전문가 격이다. 잔을 비울 때마다 차가운 잔으로 바꿔주면 좋겠지만 나의 잔에 내가 마시니 안심되고 느낌이 더욱 좋다. 실제로 잔 하나를 씻는 데는 수돗물이 거의 7~10배가 소비된다고 한다. 물 절약이야말로 친환경적, 경제적 면에서 애국심이다. 따라서 다소의 혜택을 준다면 한 점포에서부터 확산되어 지방자치의 본보기가 될 것이다.

    술에 얽힌 사연들
    과거 우리나라에서 술이라 하면 농주(農酒)라 하여 각 가정에서 빚기도 했다. 농사철에 농부의 지친 몸에 막걸리 한 잔은 보약 같은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술에는 장사(壯士)가 없다고 했듯이 실수가 따르기 때문에 술(酒)은 닭이 물을 먹듯이 마시라고 했다.
    한편 낭만적이고 풍자적으로 세상을 꼬집은 애주가도 있다. 대표적인 것은 수주 변영로(樹州 卞榮魯) 선생의 ‘명정(酩酊)40년’의 수상집이다. 일제강점기 일본에 대한 분노와 민족적 적개심을 표출했다. 그리고 시대성에 맞춰 취중에 술에 대한 예찬은 삭막한 우리의 삶에 웃음과 희망을 주기도 했다.
    오늘날 술은 소주와 맥주가 주를 이루고 있다. 소주는 전통적으로 쌀을 주원료로 하지만 지금은 감자와 밀, 보리의 전분을 사용하고 있다. 원래 증류식으로 제조했으나 희석식 소주가 값이 싸고 대중적으로 됐다. 1990년 이전만 해도 알코올 도수가 25% 이상이었으나 이제는 낮은 도수로 다양화 됐다. 2020년대 들어 우리의 소주는 세계적으로 많이 소비되는 술이 됐다.
    한편, 맥주는 보리를 주원료로 하기 때문에 보리 맥(麥)의 맥주라 했다. 보리의 싹을 틔운 후 맥아 효소로 전분을 당화(糖化) 발효한 다음 향신료인 호프를 첨가하여 특유의 향과 쌉쌀한 맛을 갖는 발효주다. 제조 과정의 마지막 단계에서 주로 저온 살균 처리를 한 것이 시중에서 판매되는 병과 캔의 맥주다. 그리고 살균 처리를 하지 않은 것은 호프집에서 판매하는 생맥주가 된다.
    돌이켜 보건대 영등포는 예로부터 평탄한 교통의 중심지로 특히 수질이 좋고 수량이 풍부하여 일제 강점기에 방적공장 등 공업지대였다. 지금도 영등포를 중심으로 한강의 큰 물줄기와 안양천을 비롯한 도림천, 대방천이 흘러들고 있어 이미 수변도시로 이름이 나 있다. 술은 물로 빚기 때문에 물맛 즉 수질이 좋아야 술맛도 좋은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영등포와 맥주의 연관성은 물 때문이다.

    영등포와 맥주
    1933년 일본의 기린 맥주의 자회사인 쇼와 기린 맥주와 삿포로 맥주 계열의 조선맥주 등 양조장이 영등포에 설립됐다. 해방 후 1951년 민영화되어 쇼와 기린 맥주는 동양 맥주를 거쳐 현재의 OB맥주(주)가 됐다. 그리고 조선맥주는 크라운맥주를 거쳐 하이트 진로(주)로 변경되었기에 맥주 하면 역시 영등포를 꼽게 됐다. 이제는 도시 확장과 아파트 건설에 따라 경기 이천, 강원 홍천 및 경남 마산 등으로 옮겨져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더욱이 맥주 시장이 개방되면서 수입 맥주의 경쟁이 심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특성에 따라 각종 수제 맥주가 넘쳐나고 있다. 그중에서도 이미 영등포 관할지역의 수제 맥주가 2023년 세계적으로 이름난 ‘월드비어컴’에서 은상을 차지한 바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영등포는 맥주 생산지를 넘어 뿌리가 튼튼한 지역이다. 늦은 감이 있으나 영등포구에서는 ‘제1회 원조맥주축제’가 열린다는 너무나 기쁜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9월 19일, 20일 옛적 맥주 생산 터인 영등포공원과 잔디광장 일대에서 진행된다. 이번 축제는 구의회에서도 추경예산을 증액했기에 38만 구민의 단합된 축제가 될 것이다. 특히 ‘원조’ 맥주 축제라고 강조한 것은 영등포가 우리나라의 맥주 산업의 출발지였기 때문이다. 맥주에 관련된 축제는 여러 지자체에서 개최하고 있으나 영등포는 원조임을 자부할 수 있다. 따라서 원조맥주축제는 일회성이 되어서는 안된다. 여기에 더해 맥주에 관한 역사적 사실 등을 알리는 전시관 건립도 좋을 것이다. 또한 맥주 시음과 여가를 즐기며 머물 수 있는 장소 제공도 바람직하다. 한편으로는 과거 안양천에 얽힌 전설과 함께 개발하여 볼거리를 만들어 관광객 유치도 고려해 봤으면 한다. 다시 한번 영등포구 원조맥주축제가 성황리에 진행되기를 기원한다.
  • 글쓴날 : [25-09-04 14:24]
    • 환경통신 기자[ecots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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