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의 생명체는 단세포생물이라도 물에 둘러싸여 있고 그 속에 물이 들어 있다. 영양분이 아무리 많아도 물 없이는 생명을 유지할 수 없다. 인간도 태어나기 전에는 모체의 양수(羊水) 속에서 형성되어 자란다. 물은 인체의 신진대사에 필수적이며 건강을 유지하게 한다. 그리고 동식물의 주요 요소일 뿐만 아니라 생태계 기능까지도 원활하게 한다.
인간 체중의 60~70%는 물이다. 이 중 10%만 잃어도 탈수 현상이 일어나고 20~25%를 상실하면 위험신호가 나타나게 된다. 인류는 고대로부터 물을 구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인구가 밀집된 도시에서는 양질(良質)의 풍부한 물 공급이 필수적이었다. 따라서 상수도 시설도 기원전 727년에 예루살렘의 수도가 최초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근대의 상수도 시설은 1619년 영국 런던시가 시작하여 1829년 위생적이고 질병 예방을 위한 완속 여과 시설이 시작됐다. 물은 전 세계적으로 그 국가의 중요한 공동재(共同財)이기에 물 확보는 국가정책 중 하나로 여겼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가는 물부족을 겪고 있다. 특히 개발도상국에서는 세 명 중 두 명은 음용에 부적합한 물을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구상의 물은 크게 나눠 지표수 및 지하수인 민물(淡水)과 바닷물(海水)로 존재하여 지구를 물의 혹성(惑星)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중에서 인간이 직접 사용할 수 없는 바닷물이 97%를 차지하고 있고 민물은 3%에 불과하다. 또한 민물 중 97%의 빙하와 만년설, 지하 깊은 곳의 물을 제외하면 극히 일부만이 인간이 이용할 수 있는 물인 셈이다. 그리고 이의 근원은 하늘에서 내리는 빗물이다.
빗물은 물의 기원
기록상으로 우리나라의 빗물은 1939년 가뭄으로 770mm, 1956년 홍수기에 1636mm로 나타났다. 근래에는 연중 1274mm로 1267억 톤인 셈이다. 그러나 기상이변으로 변동이 심해지고 있다. 특히 6~9월에 연중 강수량의 약 70%가 집중된다. 대부분의 도시는 여름 장마와 홍수에 대비해 빗물을 가급적 빨리 바다로 흘려보내는 것이 수해 방지책이다. 빗물도 귀중한 수자원이기에 수해 방지와 함께 빗물을 저장해 도로 살수와 공원녹지에 활용한다면 물 절약에 도움이 된다. 최근 영등포구에서 건설 중인 침수 방지용 지하 빗물 저류조는 재활용할 수 있도록 개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한편 호소는 내륙지방의 자연호 및 인공 댐의 담수호(淡水湖)와 동해안 바다에 인접해 민물과 바닷물의 영향을 받는 기수호(汽水湖)가 존재한다. 내륙의 댐과 호소는 하천과 달리 정체수역이기 때문에 부영양화로 인한 녹조(綠藻) 현상으로 물관리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세계적으로 호소의 수질 문제가 제기된 것은 1967년 스위스와 세계경제협력 개발기구의 호소물 이용에 관련된 연구에서 시작됐다.
강릉시 오봉저수지의 저수 현황
강원도 강릉 지역에는 무더위와 함께 장마철임에도 불구하고 이제껏 겪어보지 못한 최악의 가뭄이 계속됐다. 8월 10일 기준으로 강릉 지역 강수량은 394.1mm로 평년의 절반 수준에 불과다. 금년 장마 기간에도 5mm 미만의 비가 내렸을 뿐 강수량이 없는 정도다. 이로 인해 강릉시 왕산면에 위치한 오봉저수지에 비상이 걸렸다.
오봉저수지는 20만 강릉 시민의 상수도와 생활용수 및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중요한 수원이다. 평상시 8월의 저수율은 67.2%였으나 이번 가뭄으로 8월 한 달도 안 되는 기간 동안 10%대로 급감했다. 강릉시는 저수율이 15% 이하로 떨어지면 각 가정의 수도계량기를 75%까지 잠그는 강력한 제한 급수 등 비상 대책을 준비했다. 이러한 절박한 현실에 정부에서는 국가적 재난으로 인정해 초유의 국가 재난 사태를 선포했다.
인근 도시를 비롯해 전국적으로 강릉시에 소방 급수 차량을 총동원하는 등 계속해서 식수를 공급하는 온정이 이어졌다. 그러나 운반급수만으로는 생활용수에 너무나 부족한 현실이다.
이러한 위급 상황에 지성이면 하늘도 감동하듯이 강릉 지역에 9월 12~13일 총 112.3mm의 단비가 내려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9월 12일 최저 11.5%에서 52일 만에 다시 올라 14일 오후 현재 16.0%를 기록했다.
계속해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반갑다. 6일부터 시작된 강릉시 급수제한은 13일 만인 19일 오후 6시를 기해 해제했다. 수질 문제가 제기됐던 평창의 도암댐 물도 24년 만에 공급하기로 해 물 걱정은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오봉저수지 물 문제로 인해 물의 귀중함을 새롭게 느꼈다. 앞으로 제2, 제3의 오봉저수지 사태가 오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정부 당국에서는 이상기후 현상에 따른 장마와 가뭄에 대처해야 할 것이다. 빗물 관리부터 새로운 대책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