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까이하기엔 먼 은행나무
  • 환경보건칼럼
  • 세월은 인간의 연령대에 맞춰 빠르게 돌아간다고 한다. 올해도 3월 봄부터 꽃향기에 젖는 듯하면 어느덧 가을에 접어들어 곳곳이 울긋불긋 단풍이 화려하다. 서울 여의도 윤중로와 간선도로변은 제주도 원산지인 왕벚나무꽃이 활짝 피지만 일주일도 안 돼 꽃잎이 흩날려 도로를 더럽힌다.
    지금 서울 거리는 온통 노란 물결을 이루고 있다. 벚나무 사이의 은행나무와 양쪽 도로변의 은행나무잎이 꽃처럼 떨어져 쌓여있다. 은행나무는 생명력이 강해 나뭇가지를 꺾어 심어도 잘 자란다. 보통 15~30m 정도로 성장하며 50m의 거목으로 자라는 교목(喬木)이지만 관목(灌木)처럼 돼 실내 탁자 위 분재를 연상하게 한다. 또한 회화나무같이 수령이 길어 인간의 장수를 뜻하기도 한다. 은행나무는 자동차 배기가스는 물론 이산화탄소 등 공해물질을 흡수해 도심을 깨끗하게 한다. 또한 병충해와 공해에 강해 가을 단풍이 아름답다. 고목은 자태가 의연해 정서적 안정감을 준다.
    은행나무는 암수로 구분되며 5월에 꽃이 피고 수나무의 꽃가루가 바람과 빗물에 의해 암나무에 수정해 은행이 열리게 된다. 필자가 직접 관상한 은행나무는 서울 명륜동 성균관 내의 수령이 약 400년에 높이 20m, 둘레 12m의 은행나무 두 그루와 수령이 약 1100여 년으로 1962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경기도 용문사의 높이 42m, 둘레 14m의 은행나무다. 그리고 1964년 1월 역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수령 1400여 년의 높이 26m, 둘레 15m의 강원도 원주시 문막읍 반계리의 은행나무다. 특히 반계리 은행나무는 국내에서 가장 아름다움을 보인다.

    은행나무와 우리의 삶
    은행나무의 목재는 질이 좋고 광택이 있어 고급 가구 제작에 이용되고 있다. 특히 잎과 열매(은행)는 각종 식품과 의약품으로 쓰이고 있다. 과거 우리나라 음식 중 하나로 궁중 요리인 신선로에 빠짐없이 은행이 들어간 것은 역시 은행의 효능을 알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오늘날에도 꼬치안주로 사랑받고 있다.
    은행은 풍부한 항산화(抗酸化)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노화 방지에 유효할 뿐만 아니라 기억력 개선과 세포 손상 방지와 피부미용에도 효과적이다. 또한 다양한 미네랄과 비타민 C와 비타민B 그룹, 칼슘, 철분 등이 포함돼 있어 질병 예방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특히 은행잎에는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혈액순환 개선 효과가 있어 심혈관질환 예방과 치료 의약품으로 제조, 판매되고 있다.
    그러나 좋은 것만은 아니다. 익지 않은 은행은 청산배당체인 아미그달린과 함께 구아니딘을 함유하고 있어 신경계를 자극한다. 다량 섭취하면 두통과 메스꺼움 및 복통을 일으킨다. 특히 어린이와 임산부는 주의를 요한다. 따라서 은행은 반드시 굽거나 삶아서 익혀 먹어야 하며 개인의 체질에 따라 보통 하루에 10개 정도를 권한다. 그리고 반려견을 키우는 가정에서는 반려견이 먹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은행 열매의 바깥 과육은 살구와 달리 식용할 수 없는 부분으로 은행 씨앗을 보호할 뿐이다. 그리고 과육은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에 은행을 만지거나 취급 시 가려움과 발진을 일으킨다. 따라서 과육을 제거하기 위해 간혹 가까운 곳의 흐르는 하천에 오랫동안 망사에 담아 제거하는 경우 수질오염을 일으키기도 한다.

    은행나무의 수난
    지금 서울시 내의 은행나무는 고난을 겪고 있다. 나무를 흔들거나 발로 차기도 하고 긴 장대로 두들겨 맞고 있다. 이는 수익을 위한 은행 채취인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과육의 악취 때문이다. 은행나무가 악취를 발산한 이유는 곤충과 동물의 접근을 막아 자신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과육에는 지방산유도체인 부탈산과 발로볼 성분이 들어있다. 이들은 마치 썩은 버터와 같은 악취를 발산해 환경오염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암나무에만 은행이 열리기 때문에 수나무를 골라 식목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다. 산림청에서는 2021년 유전자 감식법을 개발했으며 다소 늦은 감은 있으나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또한 은행 채취로 인한 경제적 수입은 없겠지만 은행이 성숙하기 전에 푸른 은행을 수거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덜 익은 은행도 비록 악취는 없지만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게 된다. 따라서 해당 지역 지방자치와 주민과의 공동 인식하에 지역에 맞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 글쓴날 : [25-11-07 15:05]
    • 환경통신 기자[ecots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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