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별난 음식 호박잎쌈의 진미
  • 환경보건칼럼
  • 나규환 약학박사연세대 보건과학대학장전
    나규환 약학박사/연세대 보건과학대학장(전)
    금년은 기상이변이 너무나 심했다. 장마전선이 오락가락하고 지역에 따라 가뭄으로 주민을 괴롭히기도 했다. 그러나 어느덧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霜降)과 입동(立冬)이 지나 소설(小雪)의 겨울 문턱을 넘었다. 10월 말경부터 갑자기 추위가 찾아와 주위의 단풍을 재촉했다. 입동쯤에는 양서류와 파충류가 땅속으로 숨어들어 동면에 빠졌다. 산과 들의 풀과 나무는 시들고 잎이 말라 떨어져 내년의 봄을 기다리고 있다.
    올해는 윤달이 끼어 양력과 음력의 일차(日差)가 너무나 길다. 양력 11월 7일이 음력 9월 18일로 입동이다. 입동은 특별한 명절은 아니지만 1년 24절기 중 19번째며 말 그대로 겨울이 시작되는 날이다. 주부들은 이때쯤 겨울 양식인 김장하기에 일손이 바쁘다. 입동을 전후해 5일 이내에 담근 김치가 가장 맛이 좋다고 전해지고 있다. 또한 이날이 추우면 그해 겨울은 몹시 춥다고도 한다.

    푸른 채소의 찬거리
    우리 식단에는 산나물을 제외하고도 사계절 김치는 물론이고 푸른 채소가 등장한다. 상추와 쑥갓을 비롯해 풋고추와 잎, 들깻잎이 대표적이다. 들깻잎은 장아찌 밑반찬으로 주로 먹지만 끝물의 꽃잎 열매를 그대로 기름에 튀기면 애주가의 술안주로도 제격이다.
    또한 쌈으로 먹는 채소는 상추와 쑥갓이 주를 이루지만 살짝 데쳐서 쌈으로 먹을 수 있는 것은 머위와 호박잎이 으뜸이다.
    최근에 동네 주민 한 분이 고향에 다녀오셨다며 정성스럽게 챙겨온 호박잎 한 소쿠리를 건네주시면서 노지(露地)에서 자란 특별한 호박잎이라고 설명도 덧붙였다.
    필자의 어린시절 기억으로는 시골에서 햇볕이 잘 드는 집 주위 공터에 밑거름을 듬뿍 주고 호박을 심었다. 호박은 한 줄기에 암꽃과 수꽃이 각각 핀다. 꽃은 향기는 없으나 탐스럽고 꿀이 있기에 벌과 나비를 유혹하여 수정한다. 간혹 비가 오는 날에는 충매 수정을 못해 인공수정을 해주기도 한다. 넝쿨이 뻗어감에 따라 마디마다 호박이 열린다. 갓 맺은 호박은 농촌에서 경제적 부담 없이 기본 반찬으로 밥상에 오른다. 어쩌다 발견치 못해 늙은 호박은 썰어 말려 한 겨울 호박떡을 하면 모양새와 맛이 일품이다. 가정에 좋은 일이 생기면 호박이 넝쿨 채 굴러들어 왔다고 자랑을 한다.

    호박잎쌈
    호박잎은 늦가을까지 우리의 입맛을 은은하게 잡아준다. 하지만 누구나 즐겨 섭취하기까지는 개인에 따라 반응이 다르다. 간혹 만져만 봐도 또는 먹는다는 선입견에 잎이 너무나 큰듯하고 까칠해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살짝 데친 호박잎은 보기보다는 부드럽고 조선막장이라는 쌈장과 함께 싸 먹으면 특유의 맛을 느낄 수 있다.
    호박잎에는 체내에서 비타민A로 작용하는 베타카로틴이 함유되어 있어 눈 건강에 도움을 준다. 또한 항산화 작용과 면역력 향상은 물론 세포손상 방지 및 피부미용에도 효과적이다. 칼슘과 철분 성분은 뼈 건강과 빈혈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호박잎은 알칼리식품으로 섬유질이 풍부해 소화 기능과 위에 부담을 줄이고 복부 팽만감을 주어 체중조절 작용도 한다. 뿐만 아니라 엽록소는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리고 노화 방지는 물론 기름진 음식 섭취 또는 간세포 보호에 따른 애주가에게도 해독작용을 하게 된다. 최근 호박씨는 민간요법으로 전립선 관련 노인성 질환의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덧붙여 언론보도에 의하면 프랑스의 유명한 휴양지인 ‘망통’에서는 레몬축제가 열려 많은 관광객이 찾아와 성황을 이룬다고 한다. 그러나 축제가 끝나고 나면 파도 소리만 들리는 고요하고 한적한 해안마을로 되돌아간다. 그러다 또다시 세계 미식가의 순례지가 된다. 이유는 ‘미나주르’ 때문이라고 한다. 2019년 월드50레스토랑 1위이고 미슐랭 별 세 개의 최고 중의 최고 때문만은 아니다. 진짜 이유는 이탈리아 출신의 요리사 덕분이다. 이 요리사는 자연의 식품 재료인 식물의 뿌리와 잎, 꽃과 열매를 가지고 요리를 하기 때문이다. 참으로 별난 특별한 요리사다.
    이러한 선진 외국의 예를 볼 때 이미 호박잎을 쌈 싸 먹는 우리로서는 음식문화가 기본적, 과학적으로 앞섰다고 생각된다. 요리사 한 사람의 구상과 개발은 지역발전에 큰 도움이 된다. 식물을 이용한 요리뿐만이 아니다. 지금 우리에게는 김치는 물론 바다 김을 이용한 세계 속의 K-푸드가 자랑스럽다.
  • 글쓴날 : [25-12-04 17:16]
    • 환경통신 기자[ecots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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