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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규환 약학박사 연세대 보건과학대학장(전) |
음식은 소비자의 심리와 영양적 관심에 따라 선택되지만 맛에 유혹되기 마련이다. 오늘날 문화와 음식은 세계적으로 공통화 되어가는 추세다. 우리 민족의 매운 맛이 라면과 함께 세계적으로 K-푸드의 열풍을 일으키는 것과 같다.
설탕은 인간의 식생활과 요리의 필수 중 알게 모르게 섭취하고 있다. 이미 우리도 서양 문화의 달콤한 맛에 유혹되었다. 과자와 디저트, 음료수 등 단맛이 나는 음식을 줄인다 해도 조리 과정과 소스류, 가공식품 등에 이미 많은 양이 사용되기 때문이다.
식사와 간식을 통해 섭취하기 마련이다. 설탕의 원료인 사탕수수는 유럽에서 산업화로 대규모 생산되기 시작했다.
사실 단맛이야 우리에게도 예부터 낯설지 않은 조미의 한 분야를 차지하고 있다. 고려 문종 때 이미 설탕이 언급되었다. 또한 1983년 고(故) 이병철 회장이 삼성 제일제당을 설립하고 식품산업을 이끌었으며 한때 설탕 파동을 겪기도 했다.
단맛의 유혹
1960년대부터는 신문광고를 통해 전국적으로 알려져 값비싼 선물로 여겼다. 작게는 봉지용에서 크게는 포대용 설탕이 백화점의 귀한 선물이었다. 한때 삼백(三白)이라 하여 밀가루와 소금, 설탕이 건강에 해롭다 하여 금기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이들 식품이 조화를 이뤄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옛말에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했듯이 설탕도 다량 섭취하면 건강에 해로운 것은 당연하다. 물론 설탕은 음식에서 단맛을 내게 하고 끈적한 시럽은 식품의 방부·보존 작용도 한다.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설탕은 코카인 등 마약과 유사한 정도의 만족감을 주고 중독증상까지 있다고 주의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다량 섭취 시 당뇨, 노화와 염증 등 질병,특히 어린이의 비만 및 비대의 주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한 비타민B그룹 결핍증을 일으킬 수도 있다. 설탕은 비교적 연령이 낮은 층에서 소비량이 많아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과잉섭취 규제와 설탕세
이로 인해 일부 국가에서는 설탕세를 보편적 정책으로 실현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금년 1월에 발표한 2025년 전 세계 가당 음료 세금 보고서에 ‘가당 음료 세금은 비감염성 질환의 예방을 위한 핵심 정책 수단’이라며 각 국가에 설탕세 관련 세제 도입을 권고했다. 특히 멕시코는 설탕세 시행의 대표적 국가로 꼽히고 있다. 멕시코는 2026년 경제 패키지를 통해 가당 음료 세율을 1L당 0.16달러로 인상할 계획을 세웠다.
유럽 국가에서는 제조업자가 자발적으로 설탕 함량을 줄이도록 유도하는 ‘차등세율’ 방식이 확산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영국이 2018년부터 ‘설탕 음료 산업 부담금’을 도입해 설탕 함량에 따라 세금을 차등 부과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도 태국과 말레이시아 등이 가당 음료의 과세를 제도화하여 시행 중이며 인도네시아에서도 금년부터 가당 음료에 세금을 공식 부과하기로 했다. 또한 중동의 아랍에미리트와 사우디아라비아가 판매액의 50%를 총괄적으로 부과하는 ‘종과세’ 방식을 시행했으며 금년 1월부터는 영국의 제도를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WHO는 2024년 7월 기준으로 116개 국가가 국가 단위로 가당 음료에 소비세를 부과하고 있음에도 설탕세 수준이 여전히 낮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과세 대상을 탄산음료에만 국한하지 말고 다양한 가당 음료로 확대해 물과 무가당 음료로 대체할 수 있는 ‘건강한 소비’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에 우리 정부도 설탕부담금제도 도입을 적극 검토 중에 있다. 이는 국민 6명 중 1명이 당을 과도하게 섭취한다는 분석 결과 때문이다. 특히 연령대가 낮을수록 섭취량이 높았으며 원인은 음료와 과일을 꼽고 있다.
지난 2월 9일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의하면 하루 평균 당 섭취량은 2020년 58.7g에서 2023년 59.8g으로 높았다. 총 당 섭취량이 60g대였던 2016~2019년보다는 줄었지만 2020~2022년의 58g대보다는 높았다.
또한 2023년 당 과잉섭취의 연령대별 비율을 살펴보면, 1~9세가 26.7%로 가장 높았고, 10~18세 17.4%, 19~29세 17.0%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리나라에서도 연령이 낮을수록 당 섭취 비중이 높은 경향을 보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에 정부는 국민의 건강과 의료비 등 경제적 부담을 고려하면서, 기호에 맞는 건강한 대체 당 등의 개발과 보급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할 것이다.